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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입문자 가이드② 만년필 초보가 꼭 알아야 할 사용법과 관리 팁

by 와츄원트 2025. 5. 19.

새 만년필 관리와 사용법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만년필을 처음 써본 분들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바로 생각처럼 글씨가 잘 써질 때입니다. 볼펜처럼 필압을 꾹꾹 눌러써도 안되고, 샤프처럼 일정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기대했던 부드러운 필기감도, 근사하게 써내리는 것도 남의 일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만년필 초보자가 흔히 겪는 문제와 그 해결법, 그리고 꼭 알아야 할 사용법과 관리 요령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종이와 만년필의 각도

1. 만년필은 각도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만년필의 펜촉은 둥글지 않고, 펜촉의 두 날이 적절한 각도로 종이에 닿아야 비로소 잉크가 흘러나옵니다. 때문에 펜을 너무 세우거나 완전히 눕혀 쓰면 잉크가 나오지 않거나 끊기게 됩니다. 가장 적절한 각도는 대략 45도 전후로 볼펜이나 연필에 비해 좀 더 낮은 각도를 유지하고, 손에 힘을 뺀 상태에서 미끄러지듯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펜촉을 종이에 수직으로 누르면 금이 휘거나 펜촉 끝이 갈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힘을 빼고 써야 잘 써진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2. 잉크 주입은 익숙해지면 즐거워집니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잉크 주입은 금세 익숙해집니다. 잉크 카트리지는 단순히 꽂아 넣으면 되니 가장 간편하고, 컨버터는 병잉크를 사용하는 만큼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컨버터 방식의 경우, 펜촉 전체를 병잉크에 담가 컨버터를 돌리면 내부로 잉크가 빨려 들어옵니다. 이후 펜촉 주변의 묻은 잉크를 휴지로 닦아내면 됩니다. 주입 후에는 펜을 약간 흔들어 잉크 흐름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잉크 주입 직후에는 글씨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펜촉 안쪽까지 잉크가 흘러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종이에 살짝살짝 긋거나, 휴지로 펜촉을 살짝 감싸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면 곧 피드를 타고 잉크 흐름이 살아납니다.


주기적인 만년필 세척

3. 세척은 필수입니다 – 특히 다른 컬러의 잉크로 교환 시

만년필을 계속 같은 잉크 색으로만 쓴다 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척하는 것이 만년필의 수명을 길게 해 줍니다. 또 다른 색상의 잉크로 바꿔 쓸 땐 꼼꼼함 세척은 필수입니다. 세척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컨버터를 분리한 후, 펜촉을 미지근한 물에 담가 흔들어 줍니다.
  • 펜촉 사이로 잉크가 빠져나오게 하려면, 물을 여러 번 교체하며 충분히 헹궈야 합니다.
  • 세척 후엔 깨끗한 천이나 휴지에 올려 자연건조 시켜주세요.

만약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반드시 잉크를 빼내고 세척 후 건조시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종이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요소가 바로 종이입니다. 만년필은 모든 종이에서 잘 써지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거친 종이에서는 펜촉이 긁히고, 너무 미끄러운 종이에서는 잉크 번짐이 생깁니다.

 

‘만년필 전용 종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제품들은 적절한 흡수력과 표면 코팅으로 필기감이 뛰어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표면이 부드럽고 비침이 적은 종이를 사용하면 잉크 번짐이나 뒷비침 없이 쾌적한 필기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만년필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미도리 노트가 있습니다.


만년필 전용 종이 사용

5.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땐 이렇게 해결하세요

  • 잉크가 갑자기 안 나올 때: 세척이 필요하거나, 펜촉 내부에 공기가 찼을 수 있습니다. 물 세척 후 잉크 재주입을 해보세요.
  • 글씨가 끊기고 점점 흐려질 때: 잉크가 거의 소진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잉크 잔량을 확인하세요.
  • 잉크가 너무 많이 나올 때: 컨버터나 피스톤에 기포가 끼었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졌을 수 있습니다. 잉크를 한번 빼고 다시 넣어보세요.
  • 펜촉이 긁히는 느낌일 때: 펜촉이 종이 표면에 제대로 닿지 않는 각도일 수 있습니다. 자세를 점검하고, 종이 종류도 확인해보세요.

결론: 관리는 귀찮아도 가치 있는 필기구

만년필은 분명 손이 많이 가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귀찮음이 아닌 ‘애착의 과정’으로 느낄 수 있다면,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즐거움이 됩니다. 자기 손에 맞게 길들여진 펜은, 그 어떤 도구보다 편하고 정답게 느껴집니다.

 

한 번 제대로 써 보면, 다시는 볼펜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